수확체증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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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of Scale)은 경제학에서 ‘생산요소가 한 단위 추가될 때마다 한계 생산량이 증가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되면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려 생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수익은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명이 하루에 자전거가 1대를 생산할 수 있다면, 두 명이 만들면 총 생산량은 2대가 되고 세 명이라면 3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확체증의 법칙은 두 명이 만들면 3대 세 명이 만들면 5대와 같이 생산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수확체증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기업의 규모나 사업범위, 고객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런 기업이 어느 수준에 이르게 되면,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렵게 되어 있다. 생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확체증은 선두로 앞서고 있는 자가 더 많은 수확을 얻으면서 더욱 앞서가고 뒤쳐진 자는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경쟁자 가운데 우연한 기회로 일단 앞서 나가기 시작하면 수확체증은 이들이 누리게 되는 장점을 더욱 더 증폭시키면서 다른 경쟁자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잠금효과(lock-in)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 마디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분업과 협업이다. 협업이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해서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고, 분업 나누어서 일을 하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이나 능력과 상관없는 단순한 분업이라도 상당한 생산성의 증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핀 제조공장을 예로 들어 분업의 이익을 설명한다. 핀 제조공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만 종사하게 되면 10명이 하루에 4만8천여 개의 핀을 만들 수 있으나,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혼자서 수행하면 20개도 못 만든다. 이런 경우 분업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240배나 된다.

Adam Smith Pin Factory: https://www.adamsmithworks.org/documents/michael-munger-division-of-labor-part-2-a-beautiful-machine

이러한 엄청난 생산성의 증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시간의 절약에서 온다. 하나의 공정에서 다른 공정으로 옮겨가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자의 일에 숙련되면서, 생산성은 더 높아 질 것이다. 더 나아가, 각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의 개성에 따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섬세한 작업에 능숙하고, 또 일부의 사람들을 다른 사람보다 힘이 세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디자인에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함께 일하면서 얻는 즐거움을 더 한다면 인간사회에서의 협력은 거절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된다.


이런 분업의 이익은 대량생산으로 갈수록 더 증가할 수 있다.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자 뷔허(Karl Wilhelm Bücher)가 1910년에 발표한 논문 제목으로 ‘대량생산의 법칙 law of mass production ‘라는 것이 있다. 대량 생산의 법칙은 일정한 생산 설비 규모에서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물 단위당 드는 평균 비용이 감소 한다는 법칙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를 만들기 위해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첫 번째 생산된 소프트웨어를 만든 비용이 5,000만 달러라는 이야기다. 반면 윈도우의 두 번째 제품을 만드는 데는 추가되는 비용은 불과 3달러에 불과하다. 이 두 개의 디스크를 만드는 데 들어간 평균비용은 5000만 3달러를 둘로 나눈 2500만 1.5달러 이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개당 비용은 점점 줄어 들 것이다. 만약 1억 개를 만들면 1개당 생산 비용은 3.5달러가 된다.

더 나아가 대규모 생산을 하게 되면 재료비가 절감되고, 운송비가 줄어든다. 생산과 상관없는 다른 요소들에서도 비용절감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자금을 조달하기도 용이하고 마케팅에 있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모든 현상을 한마디로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1+1이 2가 아니라는 말이다. 본래 시너지(Synergy)란, 인체의 근육이나 신경이 서로 결합하여 전체적 효과상승에 기여하는 상호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너지라는 단어 자체가 ‘함께 일한다’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Synergos에서 유래한 말로서, 조직이나 약품 혹은 개별 상황간의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개개의 효과보다 전체의 효과가 더 커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두 가지 재료를 혼합해서 훨씬 더 좋은 재료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시너지 중 하나는 풀이나 짚을 섞은 진흙으로 만든 벽돌일 것이다. 진흙에 섞어 넣은 풀이나 짚이 벽돌의 강도를 크게 향상시켜주었다.

합금으로 더 유용한 재료를 만드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합금의 발전이 지속되어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에는 알루미늄, 구리, 마그네슘, 망간, 규소를 혼합해서 만든 두랄루민이라는 합금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탄소섬유를 혼합하여 더 나은 시너지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복합재료에 의한 탄소 섬유와 플라스틱을 혼합해서 각각의 장점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는 화학작용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물리적 현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 한 마리가 1톤의 무게가 나가는 마차를 끌고 달릴 수 있다면, 두 마리의 말이 끌 수 있는 마차는 2톤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험을 해보면 2톤이 넘는 마차도 끌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둘 이상의 서로 다른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의 단순한 합 이상의 힘을 내는 현상이 시너지 효과다. 이런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면 수확체증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확체증을 멧칼프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법칙에 의하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친구 들 중에 나 혼자만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면 핸드폰은 하등 가치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핸드폰을 사게 되면 핸드폰이 주는 효용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이런 가치의 증가는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때 주로 일어난다. 전화기, 팩스, 인터넷 등이 그것이다.



진화를 준비중인 정보나 학습 마인드를 가진 조직도 이런 네트워크의 법칙에 의한 수확체증이 가능하다. 기존의 정보에 새로운 정보가 더 해지면서 기존의 정보와 시너지효과가 나타나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많은 컨설팅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누구보다 빠르게 고객이 필요한 지식을 생성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고객에 대한 컨설팅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이 전문가에게 축적이 될 것이며, 이 정보간의 시너지로 누구보다 새로운 지식을 생성해 낼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요소들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비용절감과 생산성의 증대가 이루어 지고 그런 현상이 수확체증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반면 소비자의 특성으로 인한 수확체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의 외부효과 또는 줄여서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네트워크 효과란 간단히 말해서 사용자가 많을수록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더 증폭되는 현상이 네트워크의 외부효과다. 어떤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수록 호환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상품간 호환성이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어떤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 그 제품의 품질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수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라는 말은 간단히 말하자면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이다. 외부성의 예를 들자면 과수원 옆에 위치한 양봉업자를 말할 수 있다. 과수원 옆에 위치한 양봉업자는 더 많은 꿀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과수원 주인에게 돈을 내지는 않는다. 완전히 차단되어 있지 않은 네트워크 경제 내에서도 이런 외부성이 존재한다.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펭귄효과나 경제학의 밴드왜건 효과와 같은 것들도 결국은 이런 외부성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판단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구매하게 되어 있다. 책을 구입할 때 베스트 셀러를 먼저 고려하고, 외식을 위해 사람이 많은 식당을 찾는 것들이 그런 효과다.


더 나아가 한 제품에 익숙해 지면,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한다고 해도 기존의 제품이 네트워크를 지배하고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을 고수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잠금효과다. 물론 합리적인 해석으로는 소비자의 전환비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습효과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다른 용어일 뿐이다.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직접적인 비용 이외에도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과 노력 같은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호환성과 표준의 문제도 잠금효과를 만들어 낸다.

MS 오피스가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호환이 되니까 다른 걸 쓰던 사람도 오피스를 쓰게 된다. 그런 현상이 표준을 만들어 낸다. 또 이미 오피스에 익숙한 사람이 기능이 좀 좋거나 가격이 싼 새 소프트웨어가 나왔다고 해서 쉽사리 전환하기는 쉬지 않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만들어 내는 현상인 셈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자의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앞서 논의한 토너먼트 방식의 경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불평등의 법칙이 작동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전체로 보면 불평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경쟁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요소이며 전략이 된다.

기업간 M&A의 근거도 산업 클러스터의 중요성도 바로 시너지 효과에서 그 효용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산업 클러스터란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 발휘를 목표로 특정 분야의 관련 기업이나 조직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산업은 할리우드에, 광고대행업은 매디슨 애비뉴에, 고급시계는 제네바에 몰려 있음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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