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셋째 날 제 3 교시: 처세술 시간 – 겸손, 배려, 칭찬 이 세가지 중에

Go to English Version

Explore the Table of Contents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의 주인공 멜빈(잭 니콜슨)은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다. 하지만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을 가진데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강박 신경증을 가진 사람이다. 손을 씻을 때마다 매번 새 비누를 사용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는다. 아파트 현관문이 단단히 잠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네 개의 자물쇠를 열었다 잠갔다 하는 강박적인 절차를 반복한다. 더구나 늘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누구든지 간에 욕설을 마구 퍼부어대는 심통 사나운 사람이다. 이런 멜빈 유달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그를 구제하기 위해 인내심 많고 긍정적인 여자 캐롤(헤렌 헌트)이 등장한다. 캐롤이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멜빈에게 자신을 칭찬해 보라고 요구하자, 멜빈이 대답한다.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한 약조차 증오하는 멜빈이 캐롤의 노력으로 마음을 열면서 약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캐롤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롤의 이어지는 대사처럼 그 말은 정말 ‘최고의 칭찬’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 때문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의 상대방 중에서 역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다름 아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인생의 성공 여부는 거의 여기서 판가름 난다. 성공이란 것이 경제적인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만Daniel Goleman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특별히 사회지능이라고 부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회지능이란 쉽게 말해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른 의미로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지능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과의 관계가 어떠한 지가 더 중요하다. 2007년 미국 CNN방송의 경제 자매지인 ‘비즈니스 2.0’이 세계 유명인 50명을 선정해 ‘성공의 키워드’를 물었다. 이들이 제시한 성공의 교훈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배려해라’다. 하동식의 <크게 생각하라>는 ‘세계적인 리더 50인이 제시한 성공의 교훈’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이 50인이 바로 미국 CNN 머니가 선정한 ‘세계의 파워 퍼슨 50인’이다. 각양각색의 성공 노하우가 소개되고 있지만, 실망스럽게도 새로운 비밀은 없다. 경청, 배려, 열정, 자존, 용기와 같이 우리들이 늘상 들어온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크게 생각하라>의 저자 하동식 역시 “유명인들의 성공 노하우들은 사실 의외로 평범한 내용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성실하게 했느냐 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함께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배려, 칭찬, 경청과 같이 모든 것을 다 현실에 적용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자신의 욕구가 우선하는 우리 모두 배려나 칭찬 같은 데 서툴기도 하지만, 어렵게 습득한 그런 ‘기술’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비난이나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는 교만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색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것이 ‘겸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안전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한다. 아무리 칭찬을 많이 해도 부정적인 말 한마디로 관계가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심리학에서 ‘부정성의 효과’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이 우리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강하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거만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로 전달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먼저 생각할 것은 적극적인 의미의 칭찬이 아닐 수 있다. 겸손이 우선하고 다음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충족되고 나서야 칭찬이라는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고 더 매력적이라고 과대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여기서부터 겸손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LG경제연구원이 2007년도에 발표한 CEO리포트에는 명품 CEO의 조건이 나온다. 그 중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뜻밖에 ‘인간미’였다. 이 보고서는 “경영자에게 있어 진정한 인간미는 배려, 칭찬, 겸손의 3박자를 고루 갖출 때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성공한 많은 CEO가 말하는 덕목 1위는 늘 ‘배려’다. 반면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조사의 결과는 늘 ‘잘난척하는 사람’이다. 이런 결과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 무엇인가 배려해 준다고 그 사람을 쉽게 좋아하기는 어렵다. 부정적인 것이 생각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31장으로 이루어 져있는 성경의 잠언의 거의 매장 마다 교만하지 말고 겸손 하라고 가르친다. 잠언 18장에는 “사람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얼마나 단호한 표현인가? 내친 김에 우리의 논의를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을 패러디 해서 표현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배려, 칭찬, 겸손 이 세가지가 필요한데 그 중에 제일은 겸손’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런 겸손이 자신의 원칙으로 세워졌다면 이제 배려라는 조금은 더 적극적인 덕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인도의 영적 스승이라는 바바 하리다스의 저서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서 인용된 이야기다. 한상복의 <배려>에 소개되어 더욱 유명해 졌다. 사람들은 이 작은 이야기에서 많은 감동을 받는다.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위의 상황을 자세히 바라다 보자. 시각장애인은 불을 볼 수가 없음으로, 위의 등불은 볼 수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쉽게 결론 지을 수 있다. 자신이 볼 수도 없는 등불을 수고스럽게 들고 다니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는 시각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등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조심하게 되어 자신과 부딪치지 않게 됨으로 결국 그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따라서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더 솔직한 말이 된다. 좋은 글을 괜스레 헤집어 놓는 것 같지만, 이렇게 주고 받는 것이 진정한 배려의 의미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한상복은 배려의 다섯 가지 실천 포인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배려는 받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다. 배려는 날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배려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이다. 배려는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여기에 배려란 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말이 추가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배려란 공감에서 나온다. 공감이란 말은 심리학적으로는 엠파시(Empathy) 또는 의학적으로는 심파시(Sympathy)로도 번역된다. 남과 함께하기 위해 그들과 의견이나 감정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을 배려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더구나 상대방의 요구가 부당하다면 우리는 언제나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노(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일상의 소중한 원칙이기도 하다. 안 된다고 또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배려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아니 궁극적으로 나의 솔직한 태도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배려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방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예의범절과 질서는 서로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며, 스티븐 코비가 이야기 하는 윈-윈(win-win)의 전략도 여기서 나온다.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차이도 결국 배려가 문화로 자리잡고 있느냐 아니야에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배려란 개인의 대인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전략이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행복의 인프라가 된다.


이런 자세가 되어 있다면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칭찬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칭찬은 단순하지만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로 효율적인 전략이다.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가 동물 조련사(타드 라시나크와 처크 톰킨스)와 함께 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에서 무게가 3톤이 넘는 범고래가 환상적인 점프와 멋진 쇼를 연출하는 비결은 조련사의 칭찬이었다는 비밀을 알려준다. 범고래가 쇼를 멋지게 해냈을 때는 즉각 칭찬하고, 실수했을 때에는 질책하는 대신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며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래반응이라고 저자는 부른다. 즉 고래반응은 즉각적으로 칭찬하고, 남이 잘한 점을 명확하게 말하고,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격려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사실 이런 말을 우리는 귀가 아프게 들어왔다. 대인관계에서 더 많은 것도 필요 없는 듯하다. 겸손, 배려, 칭찬 이 세가지만 꾸준히 실행에 옮기는 것만으로 차고도 넘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은 겸손, 배려, 칭찬의 반대되는 행동이나 자세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겸손의 반대는 교만이며, 배려의 반대는 무례다. 칭찬의 반대는 비난이나 비판이 된다. 성공학의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아예 사람을 다루는 기본원리의 제일 원칙으로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데일 카네기는 비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타인의 잘못을 들춰내어 비난하는 것은 쓸모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비난을 받는 대상은 곧 방어태세를 갖추고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존심을 상하게 된 상대방은 결국 반항심을 갖게 되어 오히려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다.”


세상을 사는 기본원칙으로 믿음, 소망, 사랑을 마음에 품고, 대인관계 전략의 원칙으로 겸손, 배려, 칭찬을 실행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성공학이 어디 있겠는가?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