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째 날 제 1 교시: 경영학 – 포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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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의 재구성, 2004>은 사기 전과로 출소한지 한 달 된 최창혁(박신양)과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백윤식), 떠버리 ‘얼매’(이문식), 그리고 ‘제비’, 와 ‘휘발유’, 이 다섯 명의 사기꾼들이 한 팀을 이루어 한국은행을 터는 이야기다. 그들의 목적을 이루지만, 이제 서로 돈을 차지하기 위한 그들간의 싸움이 남아있다. 그 싸움도 끝나고 최후의 승자인 박신양은 영화의 마무리 단계에서 한마디 한다.

“걸려 들었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책상을 정리하거나, 문제에 집중하여 몰입하거나 하는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다. ‘하거나 안 하거나’의 선택만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주어졌다면, 언급한 함정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냉철하게 손익을 따져보고 가장 우월한 방법을 택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쓸만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 스스로 창조해 내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생각의 방법을 우리들은 전략적 사고라고 부른다.


지기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지피는 내가 아닌 남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 지피와 지기를 함께 놓고 바라보는 것이 전략적 사고의 시작이다. 지피지기를 시각적으로 늘어 놓으면 그 유명한 스왓(SWOT)이라는 분석틀이 된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환경의 기회요인과 위협요인, 그런 것들이 우리들 눈앞에 놓여있게 되면 그것이 바로 스왓(SWOT)이다. 그런 분석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위협요인을 피할 수 있으며,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만 찾으면 간단하게 최상의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전략적 사고란 우리의 강점을 환경의 기회요인에 정조준 시키는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이라고 쉽게 정의할 수는 있지만, 그 방법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쉽게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자신이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자신의 역량을 평가하는 일도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학습을 통해 얻어지기는 한다. 반면 자신의 강점을 기회요인과 맞추어 내는 일은 상상력과 창조력을 요구한다. 전략이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며, 미래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자신의 강점에 의존하는 것이다. 자신의 힘이나 돈을 믿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도 일차원적이기는 하지만 전략이다. 자기 군대의 수가 많다고 판단하면 정면대결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전략이 가장 낮은 레벨이면서 기초적인 전략적 사고이기는 하지만, 이 조차도 충분히 활용되지는 못한다. 다음의 레벨이 있다면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의 약점이란 기회요인의 하나다. “원칙으로 수비하고 기술적인 변칙으로 승리한다”는 말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상대방을 속인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상대의 욕심이나 자만을 활용하는 방법이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되며, 모든 사기꾼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세 번째 수준의 전략은 직접적으로 내가 맞서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환경의 기회요인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바다가 울며 돌아나간다”는 명량(鳴樑) 즉 울돌목의 해류를 이용해 13척의 배로 333척의 일본 전함을 패배로 몰아 넣었다. 유럽 플랑크왕국의 전성기를 이끌어 던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는 “내 주변의 바위와 나무 그리고 하늘의 새들로 하여금 나의 군대가 되게 하라”고 말했단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 나오는 존스의 아버지 헨리 존스는 이 말을 기억해 내고 바닷가의 갈매기 떼를 놀라게 해 독일군의 비행기를 추락시킨다. <컵>에 나오는 주지스님은 다시 자신의 강점을 이용하는 고차원의 전략을 사용한다. 단 그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먼저 달성해야만 한다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던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은 피해갈 수 없다. 물론 전략이란 무엇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포기해야 할 것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먼저 내가 포기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내가 거느리고 있는 군대의 수를 믿고 정면대결을 할 때도 나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적군을 울돌목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끼가 필요하다. 자신의 발에 가죽신을 신으려면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해 이처럼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의 선택은 수많은 포기의 대가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노장 골퍼 벤 그렌쇼우Ben Crenshaw가 공격적으로 골프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전과 목표의 차이는 구체성 이외도 바로 이 대가를 ‘생각하느냐 아니냐’에도 존재한다. 목표를 위해 대가를 치른다는 것도 결국은 얻기 위하여 무엇인가 포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업을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 즉 자기가 가진 돈을 포기하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하기는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겠다는 것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 따라서 “나의 전략은 단지 열심히 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말이 되는 것이다.


포기하는 기술은 대안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우리의 효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은 그 모든 선택을 비교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너무 많은 대안이 있을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에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단순화는 중요한 덕목이다. 대안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아깝지만 비교적 중복되고 열등하다고 느끼는 대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상에서의 우리들도 직관적으로 많은 대안을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도 2~3가지의 브랜드나 종류로 압축하는 일을 먼저 하게 된다. 선택권이 많을수록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종종 적은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이 선택의 패러독스다.


무엇보다 선택이 많을수록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구나 더 좋은 기회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도 클 수밖에 없다. 놓쳐버린 고기가 늘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포기해야 했던 대안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기회비용도 커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 모두 복잡한 분석과 평가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은 단순한 몇 가지 변수로 압축하고 소수의 대안을 가지고 씨름할 수 밖에 없다. <블링크>의 말콤 글래드웰은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출 줄 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의 욕심으로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늘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전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범죄의 재구성>의 주인공 박신양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기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걸려든다. 사기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대부분의 실패와 친한 사람과의 다툼도 모두 상식보다 큰 욕심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들의 능력이나 가지고 있는 자원에 한계가 늘 존재하기 때문에 욕심만큼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무엇을 먼저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포기할 것을 찾아보라는 말이다. 이런 전략은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유용한 전략이 된다. 예를 들어 작은 선물이라도 정성을 보태면 늘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며, 나의 시간과 편안함을 포기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주변에 언제라도 필요한 지지세력을 구축해 놓을 수 있다. 일상의 시간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는 매우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말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진다. 그 중에 몇 가지 항목만 포기하면 우리는 더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티븐 코비는 주도적인 사람을 ‘자신의 노력을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영향을 줄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너무 흥분하고 떠들어 되거나, 때로는 그럴 의지나 생각도 없으면서 관심이 많은 척 하는 것도 시간 낭비에 속한다. 피상적이거나 과시성의 관심사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생산적이고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니 젤린스키Ernie Zeljnski의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 가운데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퍼센트는 사소한 사건들, 그리고 4퍼센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일 뿐이다. 역으로 96퍼센트의 걱정거리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말대라면 우리는 96%를 포기할 수 있고, 포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생각을 효율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행에 있어서도 포기하는 기술은 중요한 전략을 만들어 낸다. 손자병법은 다음과 같은 병법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적보다 우세한 상황이면 적과 싸울 수 있지만(敵則能戰之), 내가 적보다 열세면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나고(少則能逃之), 내가 적과 적수가 되지 못하면 전투는 피해야 한다(不若則能避之).” 세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만난다. 이런 상황을 만나거나 예상되면 반드시 포기하는 대안을 고려해야 하지만 웬일인지 우리들은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무리하게 계속하다 보면 더 큰 어려움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고통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시선을 집중한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던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성공의 법칙을 찾으려 노력하며,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포기하자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한다는 것이 실패라는 정서적 합의가 있는 탓인지, 누구도 쉽게 포기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는 것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세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 자기자신이 이미 어려운 상태에 와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일하게 또는 무모하게 심지어는 게으르게 포기하기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포기하는 것도 실행이다. 그리고 ‘포기하기’는 전략적 실행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던 일을 포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목표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 또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피지기가 전략적 사고의 기본이 되는 것이며, 이것을 시각화한 ‘생각의 툴’로서 스왓(SWOT)가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철저하고 냉철하게 스스로에 대한 SWOT분석을 해보아야 한다. 내 인생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반드시 걸쳐야 하는 과정이다. 만약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달성하기에 나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면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할 뿐이다. 나의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시간과 돈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역량이란 요즘 핵심역량이라는 부르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런 전략을 우리는 집중화라고 할 수도 있고, 차별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집중화란 우리의 내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차별화란 외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인 만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핵심역량 이외의 것은 우선순위에 의거하여 포기할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완전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들의 어머니뿐일지도 모른다. 너무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더불어 산다는 말도 사실은 나의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또 그들의 역량을 활용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핵심역량이란 무엇인가? 미시간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해멀Gary Hamel과 프라할라드C. K. Prahalad에게 있어 기업의 핵심역량은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차별화된 것이고, 확장성이 있어야 하며, 복사가 불가능한 것들이어야 한다. 이 핵심역량을 개인에게도 적용시켜 볼 수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남들이 따라 하기가 어려우며 다른 분야에 가서도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야 진정한 개인의 핵심역량이 된다. 자기 분야의 지식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이나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지혜도 갖추고 있어야, 다른 분야에 가서도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를 살아가면서 선택해야 할 것은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과 자신이 일할 네트워크다. 포기할 것은 그것을 얻기 위해 내가 기꺼이 치러야 할 대가들이 된다.


Strategy here is such a tough choice. When you attack on this course, you know you’ll eventually pay a price. ~ Ben Crenshaw 이 곳에서 전략이란 어려운 선택이다. 이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벤 크렌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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