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는 약육강식에 의거하여 먹이질서를 이루고 있는 세상이다. 그 생태계에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라는 개념이 있다. 생태적 지위란 한 생물이 차지하는 서식지 또는 먹이사슬 내에서의 지위를 의미함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먹이를 먹는가?”의 문제다. 생태계에서는 이 말이 한 종이 차지하는 공간적 시간적 기능적 위치를 의미하게 된다. 생태계 지위라는 말에서 ‘지위’가 우리들이 틈새시장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바로 그 니치(Niche)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니치(Niche)마켓의 선점
생물들은 각기 자신만의 생태적 지위를 차지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생존하고 있는 생물은 누구나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 즉 역할이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구에 생명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으며 또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원이 한정된 환경에서의 경쟁에는 늘 약육강식과 경쟁배타의 법칙이 지배한다. 경쟁베타의 법칙이 생태계의 기본법칙이라 주장한 가우스는 같은 과지만 종이 다른 두 마리의 원생동물을 제한된 음식과 함께 유리병에 넣는 실험을 했다. 그 작은 동물들은 그럭저럭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함께 살아남았다. 그러나 같은 종의 두 생물을 병에 넣고 이전과 같은 분량의 음식을 주자 서로 싸우다 죽고 말았다.

즉 경쟁하는 두 종(種)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똑 같은 방법으로 살 수 없다. 즉, 생태학적으로 같은 종은 같은 서식지에 함께 공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두 같은 종이 모두 살아남으려면 하나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먹이가 다르면 가능해진다. 같은 종이라도 먹이가 다르면 공존이 보다 쉬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생태계에는 어미와 자식의 먹이가 다름으로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생명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개구리와 올챙이의 먹이가 다르고 애벌레와 나비는 먹이가 다르다.
생물학자들은 생태적 지위분화(Niche Differentiation)로 공존하는 생물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다. 실제로 생태계에서 동일한 자원을 놓고 둘 이상의 종이 다투는 경우 점차 세력이 분화돼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며 공존하고 있다.
이 생태계의 법칙이 주는 교훈은 경쟁자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적 지위가 동일한 개체는 공존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다름 아닌 차별화다. 가우스는 이를 ‘차별화에 의한 생존원리(Gause’s Principle of Survival by Differentiation)’라고 부르며, ‘경쟁하는 두 종이 공존하려면, 하나 이상의 희소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우스가 각종 실험을 통해 확립시킨 이 법칙은 자원이 제한된 조건 아래서 두 개의 종은 같은 방식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뒤집어 말하면 두 종 사이에 차별화가 이뤄진다면 공존이 기능하다 는 의미도 된다. 또한 종들끼리의 경쟁은 결국 서식지를 분할해서 각자가 최적의 서식지를 차지하는 방법으로 경쟁배타를 벗어날 수 있다.
<타고난 반항아>의 저자 프랭크 설로웨이는 이런 ‘분화의 원리’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보살핌을 한정된 자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형제들은 독특한 지위를 선점하려 저마다의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째들은 자신을 권위와 동일시해 체제순응적이고도 보수적인 반면, 둘째나 그 다음 출생한 자식들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면서도 현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항적 성향을 보인다고 피력한다. 태어날 때의 유전자가 다른 게 아니라 부모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행동양식이 서로 다르게 진화한다는 얘기다.
기업에 있어 니치마켓이란 남들이 가지 않은 시장을 가리킨다. 미국의 소매업은 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소매업의 최고기업이 된 월마트 Wall Mart 의 창업자는 경쟁자가 없는 인구 5만 명 이하의 소도시에 진출해 시장의 80%를 장악하여 누구도 침범할 수 없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다양성이 생겨난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이런 현상을 ‘분할의 법칙(The Law of Division)’이라고 부른다. 탄산음료 시장은 콜라 시장을 피해 사이다 시장을 만들어 낸 세븐업(Seven-Up)에 의해 처음 분할되었다. 그리고 음료 시장은 콜라와 사이다에서 다시 스포츠 음료, 과일 음료, 비타민 음료의 시장 등으로 분할하고 있다. 콜라나 사이다라는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자신의 생태적 지위를 바꾸면서 일어나 현상이다.


하나의 영역은 간단한 하나의 물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컴퓨터가 그 예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역은 다른 분야로 세분화되었다. 메인 프레임과 미니컴퓨터, 워크스테이션, 퍼스널 컴퓨터, 랩탑, 노트북, 펜 컴퓨터 등으로. 자동차도 텔레비전도 맥주도, 심지어는 국가에도 분할의 법칙은 적용된다.
현대사회에서 기업 간의 경쟁도 이런 생물학 법칙과 다르지 않다. 동일한 시장 내에서 경쟁을 벌이며 생존하는 방법은 마케팅이든 가격이든 혹은 서비스이든 무엇인가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야 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시장에 참여할 경우 도태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차별화한다는 것은 어느 한 요소라도 유일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는 미리 손을 빼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태도이다.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시장 내의 가능한 요소들에서 소수의 기업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거나 그 요소의 기준이 단일할 경우인데 이런 시장에서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은 틈새를 공략하고 이를 통해 서식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란체스터의 법칙에서, 강자 필승의 경우는 3가지의 가정 또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것은, ‘강자와 약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무기를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 대결’을 하는 경우다. 따라서 약자가 위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달리 한다면 싸움의 양상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약자는 강자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만족시켜주는 대신, 오히려 이를 철저히 뒤집어 반대로 해야 한다.
싸움의 장소, 무기, 싸움의 방법 등 어느 하나라도 달리 해야 하며, 달리 할 수 없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때까지 좁은 공간에 숨어서 기다려야 한다. 시장 싸움에 비유하면 자투리 시장이나 틈새 시장을 노리라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강자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거꾸로 뒤집어 놓는 것이다. 강자가 약자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무기를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대결을 하면 반드시 강자가 이기게 되어있다. 따라서 약자가 위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달리 한다면 약자에게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강자가 강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기득권 안주 경향, 비대한 몸집, 분산된 전력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면 약자의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진다.
따라서 약자의 전략을 수립할 경우 명심해야 하는 것은 강자와 약자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이다. 선두가 만들어 놓은 시장에 들어가서 흉내만 잘 내면 시장을 어느 정도 나눠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약자의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즉, 약자를 위한 전략의 기본은 강자의 모방에 있지 않고 ‘의도적으로 달라지는 것’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 방법 중 하나는 생태계에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니치 즉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다. 이런 시장은 강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영역이다. 틈새시장은 주로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경쟁이 없다. 예를 들면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분야에서 비싼 가격의 자동차 시장을 틈새시장으로 선택했다. 한 대당 1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누구도 쉽게 롤스로이스와 경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존하는 시장이 너무 작은 데다가 롤스로이스가 선발업체라는 엄청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우리는 강자와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있거나 강자의 전력을 분산시켜 대결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차별화이다.
앞에서 대부분의 시장은 두 거인과 하나의 소인 그리고 수많은 난쟁이로 이루어지는 불평등의 법칙을 논의하였다. 수 많은 난쟁이가 오래 생존하는 시장은 그나마 그들이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위 3개의 기업과 시장이 보완적이거나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3위의 기업이 큰 시장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고 스페셜리스트들의 시장으로 내려온다면 그 작은 시장마저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시장에는 늘 3위까지만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시장에서 생존하고 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늘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를 고민해야 하며,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3위를 할 수 없다면, 목표로 한 시장을 포기하고 다른 시장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것은 나보다 강자와 정면으로 맞붙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더 확장하면, 적을 분열 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늘 상대방을 양극화시켜버린다. 서로가 날을 세우고 맞서게 만들다 보면 그 곳에 내가 들어갈 공간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곳에 턱하고 들어앉기만 하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경쟁에 우위를 점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유리한 자원이나 위치를 먼저 차지 하는 것이다. 방어하는 자가 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하는 자는 방어하는 자보다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해야만 한다. 공격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시장이라도 먼저 선점한다면, 그 곳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가 제시한 경쟁의 원칙 중 하나는 ‘방어의 우월성’이다. 일반적인 전투 원리로 볼 때, 공격하는 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격지점에서 3대 1의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방어하는 쪽에서 보면 성이나 참호 같은 엄폐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명중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이 50%의 명중률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공격하는 쪽의 명중률은 그 보다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완전한 수적 우세나 병기의 우월함이 없다면 공격하는 쪽의 손해가 클 수 밖에 없다.
군사적 활동에 있어서 방어의 우월성은 시공간을 떠나 나타난다. 방어하는 쪽은 공격하는 쪽보다 덜 움직이고 자신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공격하는 쪽에서 보면 방어하는 쪽이 승자로서의 오만함에 빠져 있을 때일 뿐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