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2022년 기준 인구 87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일인당 소득이 10만 달러를 넘는 세계 몇 안되는 부자 나라다. 하지만 중세의 스위스는 척박하고 거친 산악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목축업밖에 없던 가난한 나라였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산업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직업 용병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라이슬로이퍼(Reisläufer)라고 불렀으며 전쟁에 나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세 유럽에는 자유 용병단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자유용병대(free company, 프랑스어: grande companie)는 전쟁 때마다 고용계약을 맺어 활동한 용병 집단이다. “자유”라 함은 어떠한 국가 정부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말로, 무법자 집단이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극성이었지만, 이탈리아나 신성로마제국에도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대체로 군기가 엉망이고 대충 싸우다 고용주의 패색이 짙어 지면 쉽게 배신하는 집단일 뿐이었다.
그런 시장에 신뢰를 바탕으로 용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나라가 스위스다. 1,500년 초부터 시작된 스위스의 수출품 스위스 용병들은 죽기까지 고용주와의 계약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국가가 직업 군인을 양성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고 용병들 대부분 고향에 집과 부양할 가족이 있어 신용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1527년 오늘날 네덜란드인 부르군디의 찰스 5세 라는 왕이 로마를 침략하는 소위 로마약탈이라는 대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시 교황 클레멘트 7세를 끝까지 지켜낸 군인들도 바로 이 스위스 용병들이었으며, 프랑스 혁명 당시에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를 지킨 군대도 이 스위스 용병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와 충분한 판매 실적을 가지고 있어 스위스 용병은 주변 프랑스나 이탈리아 지역의 왕국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국가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스위스는 용병산업이라는 차별화된 산업 하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는 달리, 끊임없는 외침에 시달려야 했던 굴곡진 역사를 갖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에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는 나라다. 언어도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로망쉬어 등 여러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로마제국, 프랑크 제국,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토였다.
스위스의 직접적인 조상은 켈트족의 일족인 헬베티아인로 기원전 15세기 경 지금의 스위스 땅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역적 요충지역에 자리잡은 탓에 타민족의 침입이 일상이었다. 일찍이 기원전 58년 로마제국에 흡수되어 서기 400여 년까지 로마의 지배를 받았으며, 6세기에는 프랑크 제국에 흡수되었고, 9~12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통치하에 있었으며, 신성로마제국의 통치에서 벗어난 후에는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의 통치를 받게 된다.
그러던 스위스가 유럽에서 벌어진 신구교간 30년 전쟁 후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며,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독립을 확인 받음과 동시에 영세중립국 지위를 인정 받게 되었다. 영세중립국은 스위스가 택한 두 번째 차별화 전략이었으며 신의 한 수였다.
스위스는 그렇게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도 전쟁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스위스 프랑이 유럽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중심국가 역할을 담당하였다. 당시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미국이나 영국 화폐가 있었지만, 이들 국가는 당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으므로 전쟁 결과에 따라 이들 국가가 발행한 화폐는 언제든지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위스가 제 2차 세계대전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자국의 화폐가 전쟁 참여국들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기축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며 결국은 영세중립국이라는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다시 한번 스위스의 차별화 전략이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쟁은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 무기는 마케팅이다. 마케팅을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 단어로 정의하라고 하면 바로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별화는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며 기업과 국가에게도 여전히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차별화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창의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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