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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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의 차별화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그 승리의 주역인 아테네를 중심으로 델로스 동맹을 구성한다. 텔로스 동맹의 맹주가 된 아테네는 점차 더 강력해지기 시작한다. 이를 마땅치 않게 여겼던 스파르타는 역시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맺은 뒤 아테네와 대립했다. 마침내 B.C 431년에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여 B.C 404년까지 약 30여 년간 이어졌다.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고 스파르타는 그리스 지역의 패권을 차지했지만 오랜 전쟁으로 인해 쇠약해진 후였다. 스파르타는 결국 또 다른 도시국가 테베에게 패권을 내주고 만다.


이처럼 그리스의 국가들이 전쟁으로 많은 국력을 소비하고 있을 때 북쪽의 마케도니아가 힘을 모으고 있었다. BC338년 마케도니아 필립포스 왕은 카이로네이아(Khaironeia) 전투에서 아테네와 테베의 연합 군대를 격파하고 그리스를 정복하였다. 이 후 그 유명한 알렉산더가 왕위를 계승하고 그리스 폴리스들을 완전히 진압한 뒤 페르시아 원정에 착수하여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더스 강까지 진출했다. 20세의 젊은 나이에 왕이 되어 불과 10년 만에 유럽과 이집트 그리고 인도에 다다르는 넓은 영토를 차지한 위대한 정복자가 된 것이다.

알렉산더는 33살의 나이로 죽는다. 알렉산더는 그 넓은 영토를 33살에 얻었지만, 아쉽게도 살아남은 자들에게 넘겨주고 떠나야 했다. 하기는 페르시아가 이미 대부분 점령한 지역을 물려받았으니, 페르시아를 이기는 것만으로 그가 정복한 땅의 대부분이 알렉산더의 몫이 되었다. 당시의 두 제국의 영토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sites.psu.edu/sdapassion/2018/09/13/14-alexander-the-great/


그에게는 자신의 영토를 혼자 유지할 만한 강한 후계자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죽어가는 알렉산더의 침실에 알렉산더를 보좌해 10여 년 정복전쟁에 참여했던 장군들이 B.C 323년 6월 13일 모였다. 그리고 누구에게 제국을 물려줄지를 물었다. 죽어가던 알렉산더는 “가장 강한 자에게”라는 단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자기가 ‘가장 강한 자’로 생각한 장군들은 스스로 강한 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23년의 경쟁을 통해 B.C 301년 제국은 시리아, 마케도니아, 이집트, 트라키아 4국 분할체제로 그리고 결국에는 안티고노스 왕조의 마케도니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이집트, 셀레우코스 왕조의 시리아 3국시대로 진입하고 만다.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대로 강한 자들이 살아 남은 것일까? 자연뿐 아니라 역사 또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에 의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강한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1831년 22세의 다윈은 비이글호를 타고 영국을 떠나 태평양으로의 항해 길에 올랐다. 비이글호 승무원의 임무는 남아메리카 해안선의 길이와 태평양의 섬들을 측량하는 것이었으나, 다윈은 박물학자로서 동물과 식물의 표본을 수집하고 생물학적 및 지질학적 관찰들을 기록하는 역할을 위해 탑승했다. 비이글호는 남아메리카의 서쪽 해안에서 약 600마일 떨어진 갈라파고스(Galapagos)제도에 도착했다. 다윈은 방문했던 각 섬에서 각기 다른 핀치새와 거북이를 발견하고 다윈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지질학적 견지에서 갈라파고스의 모든 섬들은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 섬의 생물상이 조금씩 다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른 많은 사실들은 종이 점차 변화한다는 가정 위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했으며, 이러한 주제는 나를 사로잡았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PSM_V57_D097_Hms_beagle_in_the_straits_of_magellan.png


다윈의 자연에 대한 관찰과 함께 다른 과학자들의 조사연구는 모두 한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 종은 변한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다윈은 종은 고정적이거나 불변적인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실제로 변한다는 것을 가설을 받아들였다.

다윈은 항해에서 돌아와 집에서 기르는 생물의 변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다윈은 야생 종의 동식물에서 보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나 식물의 종에서 더 많은 변이가 생긴다는 것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비둘기의 의도된 교배로 몇 세대 후 완전히 새로운 변이의 비둘기가 생겨났다. 이들 새로운 변이체들은 야생의 비둘기와 닮기는 했으나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동물과 식물의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을 생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에서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 지는 것일까? 다시 말해 집에서 기르는 새로운 형의 식물과 동물을 생산하기 위해 사람이 선택한다면, 자연계에서 무엇이 그 새로운 형의 성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가?

다윈이 목격했던 갈라파고스에서의 서로 다른 거북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결국 그것은 사람에 의해 직접 선택된 것이 아니고 자연 그 자체에 의한 선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에 의한 계획적인 선택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새로운 종을 형성시킬 수 있지만, 자연에 의한 선택은 좀더 느리게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뿐이다.


일반적으로 환경에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들이 생존하고 번식하기에는 가장 적합할 것이다. 불리한 변이를 가진 대부분의 개체는 죽게 되겠지만, 생존한 개체들은 그들의 변이를 자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유리한 변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될 것이다. 이들 유리한 변이가 축적됨에 따라 이 개체들은 원래의 종을 구성했던 개체들과는 달라져서 결국은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생물체에 유리한 변이가 일어난다면 그러한 특성을 지닌 개체들은 확실히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살아남게 되는 최선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며, 유전의 확고한 원리에 의해 이들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자손을 생산할 것이다. 가장 적합한 개체가 생존하고 보존되는 이러한 원리를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런 논리가 적자생존이며 결국 살아남은 자는 강한 자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된다.

적자란 환경에 적합한 사람이다. 물론 진화의 본질은 살아남는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 특성에 있다. 유리한 특성을 ‘가진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특성 즉 ‘형질(形質)’이 살아남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것들은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두 유리한 특성을 포함하고 있는 강한 자들이다.  이런 형질을 가진 자는 생존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진화에 대해 먼저 생각한 사람은 용불용설을 주장한 프랑스의 생물학자 쟝 라마르크(Jean Lamarck)였다. 용불용설은 생물체는 계속 사용함으로써 몸의 각 부분이 보다 잘 발달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즉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점차 약화되고 작아지며 결국은 사라지게 된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 동물이 일생 동안에 획득했거나 우연히 얻은 특징은 그들의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그러한 특징이 자손에게 유전되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로 같은 새들은 그들의 몸을 물 밖으로 들어내 놓기 위해 다리를 뻗었기 때문에 다리가 길어졌고, 나무 위의 새싹들을 뜯어먹고 살아가야 하는 기린은 목을 계속 위로 늘리게 되어 목이 긴 동물이 된다고 추측해 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물에 있어 획득한 형질이 유전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다르다. 새로운 경쟁력에 대한 노우하우가 생겼다면,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학습하고 훈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물체 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차별화다. 다른 생명체에서 차별화는 수동적 변이에 의해 나타난다. 남보다 우월한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는 주도적으로 얻어낸 차별화를 통해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의 경쟁력은 따라서 학습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자연에서의 변이는 우연히 나타나는 경우다. 이렇게 나타난 유리한 형질을 가진 생물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고,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다. 즉 우연적 변이의 발생, 환경에 대한 차별적 적응 및 자연선택, 변이된 형질의 유전이라는 과정을 거쳐 널리 퍼지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성공한 차별화는 다시 여러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생태계의 변이, 선택, 확산은 인간 사회에서의 능동적인 차별화, 선택, 복제와 일대일 대응하는 개념이 된다.

사실 우리 사회는 많은 기술이나 디자인을 시험해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그 중 좋은 것은 더 많이 채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일을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채택된 기술, 채택된 사업은 살아남고 성공하면 그런 기술은 복제된다. 시장의 경쟁은 주체가 개인이던 기업이던 국가이던 창의적인 차별화를 가속화시킨다. 성공한 기술, 생각, 행태들이 점진적이고 연속적으로 전파되어 그 사회에 ‘유행’이라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문화를 구성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연생태계에서는 자연이 생명체를 선택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시장이 기업을 선택한다. 자연에 자연 선택설이 있다면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시장 선택설이 있는 셈이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경쟁이 “발견 절차”임을 지적했다. 발견의 절차라는 것이 바로 진화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진화의 방향은 환경에 가장 적합한 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 스스로를 강한 자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환경에 적합한 적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쟁이라는 것은 자원이 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늘 상대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원의 희귀성과 경쟁의 상대가 경쟁이 존재하는 조건이다. 

상대가 있다는 말은 경쟁의 본질이 전략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략이란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대한 나의 움직임의 계획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미시경제학에서 다루고 있는 게임이론이라는 것의 기본성격이 바로 이것이다. 결국 게임이론으로는 “경쟁자들이 합리적이고 자신들의 보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할 때 나는 경쟁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 경쟁전략의 수립은 기업과 그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을 연결시키는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 개인에게 있어도 마찬가지다. 전략이란 나뿐 아니라 환경을 포함한 상대를 고려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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