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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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반도 중서부의 작은 일곱 언덕에 자리잡은 로마는 북부의 에트루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도시의 양대 세력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다. 로마가 강해서가 아니라,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옥한 땅도 소중한 자원도, 바다로 나갈 항구도 적을 막아낼 높은 산도 없는 작은 도시였을 뿐이다. 그런 로마가 북쪽의 에트루리아를 멸망시키고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343년경에 마침내 이탈리아 중부를 통합하여 제국의 탄생을 알리게 된다.

이후 남부의 그리스식민지 네아폴라스(나폴리)를 무혈점령하고 이탈리아반도를 횡단하여 아드리아 해안에 도달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주변의 모든 종족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로마에 대항하나 기원전 290년경에 모두 로마에 항복하고 만다.

이제 이탈리아 반도에 남은 것은 남부의 그리스식민지들이다. 그 중심이 남부에서도 최남단의 그리스풍 도시인 타렌툼(타란토)으로서 로마가 결국 도발행위를 하자 타렌툼은 그리스 북쪽의 에피루스에 도움을 청한다. 당시 에피루스의 왕은 알렉산더 대왕의 육촌 피로스 왕이다. 기원전 279년에 그 피로스 왕이 아드리아 해 부근의 아스쿨룸에서 로마군과 큰 전투를 벌이게 된다. 로마군이 포진한 강 건너로 코끼리를 앞세워 공격했으나 물살이 너무 빨라 희생이 컸고, 평지 전투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했다. 양측에서 1만5천명 이상의 전사자를 낸 끝에 그나마 전투는 에피루스의 승리로 끝났다.

Pyrrhic War Italy en – 에페이로스 왕국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그리스 역사가 플루타르크의 기록에 따르면 부하들이 승리에 열광하자 피로스 왕은 “이런 승리를 한번 더 거두었다간 우리는 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뛰어난 장군으로 자신의 운명을 예측이라도 한 듯, 로마와의 그 다음 전투에서 패배한 뒤 고국으로 귀환하던 그는 스파르타와의 전투에서 전사한다.

1885년에 영국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피로스의 승리를 즉 ‘상처뿐인 승리’라고 표현함으로써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는 큰 희생을 치르고 얻는 상처뿐인 승리를 뜻하게 되었다. 피로스가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하였지만, 결국 기원전 270년 로마의 이탈리아 통일을 도운 꼴이 되고 말았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자신 보다 뛰어난 전략가로 알렉산더 대왕과 피로스를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전쟁의 승리도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영국은 한때 전 세계에 퍼져있는 식민지 덕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영국을 지칭하는 단어는 Britain이지만, 한 때 이를 British Empire 또는 Greater Britain이라고 불리는 제국이었다. 그런 영국이 결정적으로 쇠퇴한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세계2차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 전쟁에서 연합국으로 참전하여 승리를 거두었지만 과도한 전쟁비용으로 나라 살림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승리도 엄청난 피해나 비용을 지불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실속이 없는 승리 또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간신히 얻은 승리를 피로스 승리하고 하지만, 사실은 모든 승리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합하여 단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미 선종(善終)하신 김수환 추기경은 아마도 “사랑하고 나누어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데 70년이 걸린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한 문장의 지혜로는 실행에 옮기기 너무나 어려운 말이다. <왕의 남자>의 감독 이준익 감독이 <즐거운 인생>에서 강조한 “즐겨라!”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대로 하거나 쇼하고 살면서 즐기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눈치챘겠지만, 바로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이 세상의 단 한 문장의 지혜에 후보로 오를만한 말이다.

“세상에서 공짜는 없다.”는 말에 대한 유래는 매우 다양한다. 옛날 어느 나라에 지혜로운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이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 학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지혜를 정리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여 수백 권의 책을 만들어 왕에게 보고하였다. 하지만 이 저서들이 워낙 방대한지라 줄이고 줄인 것이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이 경제학으로 넘어가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이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지만, 이 역시 그가 최초로 한 말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도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처럼 옛날에 현명한 왕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유래로 등장한다.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물리학으로 오면 엔트로피 법칙이 된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세상의 모든 것이 질서에서 무질서로 움직인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 2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 법칙을 원래의 표현대로 하면 ‘모든 물질은 자연의 상태에서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해간다.”가 된다. 가만히 나두면 철도 녹슬고, 사과는 썩어가고, 집도 낡아간다. 물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가만히 나두면 나태해지고 조직도 느슨해진다. 생각하기를 멈추면 멍청해 지고 만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조직에는 새로운 비전과 질서를 부여해야 하고, 생각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극이 필요하다.

물리학의 질량불변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경제학의 원리, 인문학의 인과율 그리고 기독교의 원죄설, 불교의 연기설 등 모두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의 다른 말들이다.

종교적인 생각에도 이 공짜가 없다는 말이 기본이 된다. 기독교의 원죄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의 말을 거역함으로써 죄가 시작된다. 바로 선악과 나무 이야기다.  그 벌로 남자는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게 되었고 여자는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불교의 연기설의 연기(緣起)라고 하는 것은 일체의 사물은 다양한 원인과 조건으로 인해 성립한다고 하는 말이다. ‘어떤 것을 연(緣)하여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다른 것과 서로 관계하여 존재함을 의미하며 모든 것에는 원인과 조건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의미라면 학습이란 미래에 치러야 할 대가를 오늘 미리 치르는 작업이 된다. 그렇다면 학습이란 대가를 최소로 치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영어의 한 단어로 표현하면 트레이드 오프(trade-off)다. 트레이드 오프란 한 가지를 택하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충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경제학에는 등가교환이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상품의 가치와 가격이 일치한다는 법칙이다. 내가 얻는 가치는 바로 내가 지불한 금액과 일치한다는 말이다. 내가 지불한 가격이 내가 얻는 가치와 같거나 더 낮다고 생각해야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포기한 가치가 얻는 금액과 같거나 더 낮다고 생각해야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교환의 법칙이다.

경쟁에도 교환의 법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역설적으로 거래에도 경쟁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싸게 사고 비싸게 팔려는 경쟁이 일어나는 곳이 시장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높고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비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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