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쟁에 있어 주변환경은 내가 어떤 조직에서 누구와 일하느냐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성공의 공식이나 비밀에 이 환경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 일을 잘하느냐 보다 누구를 위해서 일하느냐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로 경쟁하는 형태는 토너먼트 경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라. 어떤 토너먼트에 참여하느냐가 초기 조건을 결정한다. 그 초기 조건이 일생의 나머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개발해 핵심역량을 가졌다면 이제 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 실력이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경쟁의 방식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너먼트의 위로 올라가면서 점차 게임의 룰이 바뀐다.
그 중에 중요한 게임의 방식의 하나가 ‘줄서기’다. 줄서기는 많은 사회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게임의 룰이다. 하지만 현실로 오면 이 줄서기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기업의 임원과 CEO에 있어 줄서기는 결정적이다.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어느 편에 서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의 경쟁에 협력자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경우에 이 줄서기는 더 중요한 게임의 룰이다. 우리가 만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줄서기에 의해 토너먼트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아예 처음부터 게임의 방식이 줄서기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당을 선택하고 계파에 속하고 특정인을 지지함으로써 그 승부를 결정한다.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용어가 버젓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줄서기는 반칙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줄서기는 사실 취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기업에서 일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장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장사를 어느 장소에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더 크게 보면 어떤 네트워크에 속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쟁에 있어 이런 생각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라는 확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성공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결정되기도 하고, 또 자신이 가진 경쟁력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공자는 자신의 경쟁력이 가르침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55세부터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자그마치 14년이나 되는 세월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누구도 공자에게 중책을 맡기는 제후는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배우고자 하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하루는 그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그것을 상자에 넣어 감추어 두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쳐줄 상인을 찾아 파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가 “팔 것이다. 팔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我待賈者也(아대가자야): 나는 좋은 값을 쳐줄 주인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
하지만 공자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영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는 결국 인류 역사에 오랫동안 남는 대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그의 경쟁력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렸다.
자신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과 장소를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나 조직을 만나기 위해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실력과 인격 그리고 열정을 갖추면 언젠가 발탁될 기회가 찾아온다. 강태공이 그렇다.
이런 집단에서의 경쟁은 둘이 맞서는 경쟁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우리는 그런 것을 정치적이라고 부른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원만함을 강조하고 가능하면 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편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다.
더구나 줄을 잘 선다는 것은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볼 기회를 잃게 된다. 사실 많은 경우 성공은 운에 달려있는 듯 보인다. 운칠기삼이란 바로 그런 사회적 현상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운이라는 것이 운명예정론자들이 주장하듯이 태어나면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면 운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들을 찾아 분석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면, 그 운이라는 것은 이미 운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운을 더 좋게 만들거나 더 악화시키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논의는 우리들의 논의에서 벋어남으로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단 운이라는 것이 스스로 찾는 기회에 달려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해볼 수 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 Outliers>에서 다양한 성공의 요인을 설명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성공은 운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운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살면서 우연히 주어지는 기회와 관련이 있다. 또 하나는 가족이나 국가처럼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에 속하는 운이다. 이 중 일부는 자신이 살면서 바꾸어 볼 수 있는 것이니 결국 둘 다 기회라는 것과 연관된 운이다.
한 번 기회를 가진 사람은 이후 그로 인해 이익이 누적적으로 늘어 날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이 사는 사회다. 아주 단순하게 우연히 복권에 당첨되어 10억이 생긴 사람이 조금만 현명하다면 돈이 돈을 벌어주면서 다른 사람들이 점점 쫓아가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들었지만 아주 작은 차이의 출발점이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우연히 좋은 선생을 만나거나 좋은 교육집단이나 사회에서 만남으로써 남보다 우월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한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 만의 왕국을 건설한 통일교의 문선명 그리고 과거 신앙촌이라는 종교적 집단의 교주인 박태선은 모두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평안북도 출신이다. 박태선과 문선명은 이스라엘 수도원의 창설자 김백문이라는 사람에게서 수련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우연히 얻어진 학습의 기회가 그들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성장시켰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삼성의 이병철, LG의 공동창업자 구인회와 허만정, 그리고 효성의 조홍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경상남도 진주 근처의 같은 마을 또는 이웃마을에 살았으며 모두 지수 초등학교 동창들이다. 풍수지리가들은 의령 남강의 솥바위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부자가 되기 위한 덕목은 물론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였을 것이며 시대의 변화가 그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어떨까? 말콤 글래드웰은 여기서도 한 시대가 주는 기회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 그리고 1955년에 태어난 한국아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1955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혁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는 1975년이었다고 말한다. 그 무렵 앨타이어 8800이라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미니컴퓨터가 등장했다. 1975년에 위의 사람들은 스물한 살 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그런 정보도 없었고 쳐다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아마도 개인용 PC는 1980년 대 초 대학에 들어가서야 처음 보게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을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워낙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또 공유하고 있음으로 지리적 다름은 중요한 요인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아직도 특정지식은 특정지역에 특정산업은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애덤 재프(Adam Jaffe)라는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지식은 특정 지역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바로 교육과 훈련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한 토너먼트나 리그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곳에서 일하면서 자신을 훈련시킬 기회가 주어지며 학습의 기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콤 글래드웰은 비틀즈의 성공은 그들의 밴드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매일 밤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곳이 보수가 좋고 음향시설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고등학교 밴드 수준의 그들은 매일 연주할 수 있었다. 비틀즈는 그 연주시간을 훈련의 기회로 삼아 에게 매일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들을 최고의 록 밴드로 만들어 주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빌 게이츠, 그리고 비틀스는 모두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들의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라고 단정한다. 그런 기회는 우연히 만나지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쉽게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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