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 보는 것을 좋아해요. (I like to watch TV.)”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 문장. “I like (나는 좋아해)” 라는 타동사 뒤에 “무엇을? (What?)” 에 해당하는 정보가 와야겠죠? 그런데 이번엔 ‘사과(apple)’ 같은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TV 보는 것(to watch TV)’이라는 ‘행동’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장까지 우리는 (Who/What) 자리에 주로 명사나 대명사가 온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훨씬 더 유연합니다. 때로는 동사 자체를 명사처럼 바꿔서 이 자리에 넣을 수 있거든요! 마치 우리말에서 ‘보다’라는 동사를 ‘보는 것’ 또는 ‘봄’이라는 명사 형태로 바꾸어 쓰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동사에서 태어났지만 명사처럼 쓰이는 친구들을 **’준동사(Verbal)’**라고 부릅니다. ‘동사적이다’라는 뜻처럼, 동사의 성질은 일부 간직하고 있지만 문장 안에서는 명사, 형용사, 또는 부사의 역할을 하는 아주 재주 많은 녀석들이죠.
왜 준동사가 필요할까요?
한 문장에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주된 동사만 존재합니다. 만약 다른 동사를 명사처럼 목적어 자리에 쓰고 싶다면, 그 동사는 원래의 동사 형태 그대로 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 변신한 모습이 바로 준동사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Who/What) 자리, 특히 타동사의 ‘목적어’ 자리에 올 수 있는 대표적인 준동사인 **’동명사’**와 **’to부정사(명사적 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S (주어) + V (타동사) + (What? – 동명사/to부정사) + [Where? + Why? + How? + When?]
1. 동사를 명사로 변신시키는 두 가지 방법: 동명사와 to부정사
동사를 명사로 만드는 가장 흔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 동명사 (Gerund): 동사원형에 -ing를 붙입니다. (예: watch → watching)
- 우리말로 “~함”, “~하기” 정도의 느낌입니다.
- to부정사 (to-Infinitive)의 명사적 용법:to + 동사원형의 형태입니다. (예: to watch)
- 우리말로 “~하는 것”, “~하기” 정도의 느낌입니다.
이렇게 명사로 변신한 준동사들은 문장 안에서 명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주어 역할:
- THORNDYKE: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헤어진다는 것은 감미로운 슬픔이다.) – 영화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 Don Pedro Aragon: Talking between men and women never solves anything. (남자와 여자가 대화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 영화 <구름 속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
- 보어 역할:
- Mike: The only thing I’m afraid of is wasting the rest of my life with you guys.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너희들과 어울려 나의 남은 인생을 헛되어 보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 영화 <브레이킹 어웨이 Breaking Away>
- Jennifer: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 영화 <러브 스토리 Love Story>
- 목적어 역할 (이번 장의 핵심!):
- John Keating: The purpose of education is to learn to think for yourself. (교육의 목적은 남의 말이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여기서는 learn의 목적어로 to think가 쓰였습니다.)
- Charlie: I like having you for my brother. (난 너를 형으로 인정하고 싶단 말이야. / 너를 형으로 가지는 것을 좋아해.) – 영화 <레인 맨 Rain Man>
- Helen: I want to enjoy things and have fun and live like every day is the last day. (나는 모든 것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하루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유쾌하게 살고 싶다.) – 영화 <내가 마지막 본 파리 The Last Time I Saw Paris>
잠깐! to부정사의 또 다른 재주
to부정사는 명사 역할뿐만 아니라 형용사나 부사 역할도 할 수 있는 팔방미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뒷장에서!)
- María José Aragón: You need room to maneuver. (너는 충분히 움직일 만한 공간이 필요하단다.) – 영화 <구름 속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
- 여기서 ‘to maneuver(움직일)’는 ‘room(공간)’이라는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적 용법으로 쓰였습니다.
2. 동명사 vs. to부정사: 미묘한 의미 차이와 동사의 취향
동명사와 to부정사 모두 (Who/What) 자리, 특히 목적어 자리에 올 수 있지만,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거나 특정 동사들은 둘 중 하나를 더 선호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일반적인 경향:
- 동명사 (-ing): 좀 더 일반적이고 습관적인 행위, 또는 이미 경험했거나 진행 중인 느낌을 줄 때가 많습니다. (“~함”, “~하기”)
- to부정사 (to + V): 좀 더 구체적이고 일시적인 행위, 또는 미래 지향적이거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느낌을 줄 때가 많습니다. (“~하는 것”, “~할 것”)
- I hate telling a lie. (나는 (일반적으로) 거짓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 I hate to tell a lie. (나는 (지금 당장) 거짓말하기 싫다.)
- 둘 다 괜찮아! – 동명사와 to부정사를 모두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들:
- begin, start (시작하다), continue (계속하다), like (좋아하다), love (사랑하다), hate (싫어하다), prefer (선호하다) 등
- Lucy : I started crying in the bathroom so she thought we needed more time. (화장실에서 울었죠 뭐, 그랬더니 우리에게 시간을 좀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 영화 <아이 엠 샘 I Am Sam>
- I started to cry… 라고 해도 의미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3. 동사의 확고한 취향: “나는 to부정사만 좋아해!”
어떤 동사들은 목적어로 to부정사 형태를 유난히 선호합니다. 이런 동사들은 대부분 미래의 계획, 의도, 소망, 약속, 결정 등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to부정사가 ‘~할 것’이라는 미래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 대표 동사들: want (원하다), wish (바라다), hope (희망하다), expect (기대하다), decide (결정하다), plan (계획하다), promise (약속하다), refuse (거절하다), agree (동의하다), learn (배우다), offer (제공하다), tend (~하는 경향이 있다), deserve (~할 가치가 있다), mean (의도하다), pretend (~인 체하다), swear (맹세하다) 등
- Jim Lovell: From now on, we live in a world where man has walked on the moon. And it’s not a miracle, we just decided to go. (지금부터 우리는 사람이 달을 걸어 다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야. 우리가 지금 막 가기로 결정했지 않은가.) – 영화 <아폴로 13 Apollo 13>
- ‘decided going’이라고는 잘 쓰지 않습니다.
- ‘decided going’이라고는 잘 쓰지 않습니다.
4. 동사의 확고한 취향: “나는 동명사만 좋아해!”
반대로, 동명사 형태를 목적어로 특별히 좋아하는 동사들도 있습니다. 이런 동사들은 주로 과거의 경험, 이미 하고 있던 일의 중단/지속, 회피, 즐김 등 과거 지향적이거나 현재 진행 중인 행위와 관련된 의미를 가집니다. 동명사가 ‘~하던 것’, ‘~하고 있는 것’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 대표 동사들: enjoy (즐기다), finish (끝내다), stop (멈추다), quit (그만두다), give up (포기하다), mind (꺼리다), avoid (피하다), admit (인정하다), deny (부인하다), consider (고려하다), imagine (상상하다), keep (계속하다), practice (연습하다), suggest (제안하다), forgive (용서하다) 등
- VERA: Stop making noises like a husband. (남편인 것처럼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 – 영화 <우회 Detour>
- ‘Stop to make’라고 하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하기 위해 멈추다”)
- ‘Stop to make’라고 하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하기 위해 멈추다”)
준동사의 부정과 의미상 주어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기):
종류 | 부정 (Not의 위치) | 의미상 주어 (필요하다면) | 예시 (Not making) |
부정사 | not to make | for/of + 목적격 | not to make |
동명사 | not making | 소유격 또는 목적격 | not making |
5. (Who/What) 자리의 확장: 행동도 목적어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 ‘육하원칙 어순 패턴’의 (Who/What) 자리에는 단순한 명사뿐만 아니라, 동사가 변신한 동명사나 to부정사도 당당히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과 행동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좋아한다 + (무엇을?) → 사과를” 처럼 간단한 문장도 좋지만,
“나는 좋아한다 + (무엇을?) → TV 보는 것을” 처럼 행동을 목적어로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표현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핵심은, 어떤 형태가 오든 (Who/What) 자리는 여전히 동사의 직접적인 대상이나 주체를 설명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