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영어가 어렵게 느껴질까? – 핵심은 ‘말의 순서’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했는데, 왜 이렇게 입이 안 떨어질까?”
“머릿속에서는 맴도는데, 말로 하려니 뒤죽박죽이야.”
혹시 이런 고민, 해본 적 없으신가요?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배울 때 느끼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바로 **’영어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영어로 생각한다’는 건 단순히 영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을 넘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처럼 사고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정보를 배열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의 핵심이 바로 ‘말의 순서(Word Order)’, 즉 어순입니다.
같은 라틴어 계열 언어를 사용하는 유럽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영어를 배웁니다. 하지만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어순이 영어와 판이하게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는 마치 전혀 다른 규칙을 가진 게임처럼 느껴지죠. 단어는 좀 아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배열해야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는지 감이 잘 안 잡히는 겁니다.
이 ‘말의 순서’를 문법 용어로는 ‘구문론(Syntax)’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구문론도 파고들면 꽤 복잡하고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히도 영어의 어순에는 분명한 규칙이 존재하거든요. 이 책은 바로 그 규칙을, 복잡한 문법 용어가 아닌 단순하고 상식적인 원리를 통해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원리를 익히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속 명대사들을 통해 영어의 순서를 몸소 체험하고 즐겨보는 것입니다. 준비되셨나요?
2. 영어의 제1원칙: “일단 결론부터!” (주어 + 동사)
자, 영어 어순의 세계로 떠나기 전,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성격이 급한 걸까요? 아니면 오해로 인한 싸움을 피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들은 대화를 시작할 때, 다짜고짜 ‘누가(주어) + 뭘 했다/어떻다(동사)’부터 던지고 봅니다. 이게 바로 영어의 제1원칙: 결론 우선의 원칙입니다.
- I did the best I could. (나는 최선을 다했어.)
- “나는(I) + 했어(did)” 라고 일단 결론부터 말하죠.
-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또 다른 날이야.)
- “내일은(Tomorrow) + ~이다(is)” 라고 핵심부터 던집니다.
“에게게, 이게 다야?” 싶으신가요? 네, 하지만 이 단순한 원칙이 영어 문장 구조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열쇠가 됩니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예외 없이 거의 모든 영어 문장에 적용되죠.
왜 영어는 결론부터 말할까요?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우리말과 영어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인 ‘토씨(조사)’의 유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은 “나는 밥을 먹었다”, “밥을 나는 먹었다” 처럼 단어 순서가 좀 바뀌어도 ‘을/를’ 같은 토씨(조사) 덕분에 ‘밥’이 목적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토씨가 단어의 문법적 역할을 알려주죠. 그래서 우리말은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결국… 했다!”처럼 결론이 맨 마지막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하지만 영어에는 이런 편리한 토씨가 없습니다. 그럼 영어는 어떻게 단어의 역할을 구분할까요? 바로 **’위치’**입니다. 단어가 문장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역할과 의미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영어는 가장 중요한 정보, 즉 ‘누가(주어) + 어쨌다(동사)’를 문장 맨 앞에 던져놓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단 뼈대를 세워놓고, 그 뒤에 필요한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훈련입니다: <주어 + 동사>를 한 덩어리로, 한 번에 받아들이는 연습! 이것만 성공해도 영어의 절반은 이미 여러분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 뼈대에 살 붙이기: “그래서, 뭐가 더 궁금한데?” (육하원칙의 등장)
“좋아, 주어랑 동사로 결론부터 말하는 건 알겠어. 근데 그것만으론 너무 심심하잖아?” 맞습니다! “I love (나는 사랑해)” 라고만 하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궁금해지겠죠. “누구를? (Who/Whom?)”, “무엇을? (What?)” 하고 말이에요.
바로 이 지점에서 **’육하원칙(5W1H)’**이 등장합니다. 영어 사용자들은 주어와 동사로 핵심을 전달한 뒤, 마치 뉴스 기사를 쓰듯 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을 덧붙여 나갑니다.
- 누가 (Who)?
- 무엇을 (What)?
- 어디서 (Where)?
- 왜 (Why)?
- 어떻게 (How)?
- 언제 (When)?
신기하게도,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순서에도 일종의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문장이 이 순서를 칼같이 지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영어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정보를 확장해 나갑니다.
주어(S) + 동사(V) + (누구?) + (무엇?) + (어디에?) + (왜?) + (어떻게?) + (언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함께 탐험할 **’육하원칙 단일 영문 패턴’**입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주어+동사>라는 기본 블록에 육하원칙 블록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문장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볼까요?
- I love you. (나는 너를 사랑해.)
- S(I) + V(love) + Who/What(you)
- Nobody puts Baby in a corner. (아무도 베이비를 구석에 두지 않아.)
- S(Nobody) + V(puts) + Who/What(Baby) + Where(in a corner)
- I came here to tell you! (너에게 말해주려고 여기에 왔어!)
- S(I) + V(came) + Where(here) + Why(to tell you)
어떤가요?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영어 문장이 조금은 명쾌하게 보이지 않나요?
4. 문장의 부품 이해하기: 딱 4가지만 기억하자!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자, 이제 우리는 영어 문장을 만드는 기본 설계도, 즉 ‘육하원칙 어순 패턴’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설계도대로 문장을 조립하려면 ‘부품’이 필요하겠죠? 그 부품이 바로 **’단어’**입니다.
문제는 이 단어들이 다 같은 종류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동차 부품도 엔진, 타이어, 핸들처럼 종류가 다르고 각자 정해진 위치가 있듯이, 단어들도 그 성격과 형태에 따라 문장 속에서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이 단어의 종류를 우리는 학교에서 **’품사(品詞, Parts of Speech)’**라고 배웠습니다.
영문법에서는 보통 8품사를 이야기합니다: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접속사, 전치사, 감탄사…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나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이 중에서 딱 4가지 핵심 부품만 확실히 기억하고 넘어갈 겁니다.
- 명사 (Noun): 사람, 사물, 장소, 개념 등의 이름 (예: God, man, Bethlehem, day, love, problem)
- 동사 (Verb): 주어의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 (예: created, was, love, go, think)
- 형용사 (Adjective): 명사를 꾸며주는 말 (예: good, excellent, wise, precious)
- 부사 (Adverb): 동사, 형용사, 다른 부사, 또는 문장 전체를 꾸며주는 말 (예: very, always, here, permanently)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품을 두 개만 꼽으라면 단연 명사와 동사입니다. 왜냐하면 이 두 부품만으로도 우리는 영어의 제1원칙인 <주어(명사) + 동사>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I did!” 처럼요!
그럼 형용사와 부사는 왜 중요할까요? 형용사는 명사의 단짝 친구처럼 명사를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부사는 동사의 든든한 지원군처럼 동사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즉, 명사와 동사가 문장의 뼈대를 이루고, 형용사와 부사가 그 뼈대에 살을 붙여 문장을 더욱 생생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주어 자리에는 오직 명사(또는 명사 역할을 하는 말)만 올 수 있습니다.
- “Tomorrow is another day.”에서 ‘Tomorrow(내일)’는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입니다.
- 동사는 문장의 심장입니다. 동사가 없으면 문장이 완성되지 않으며, 한 문장에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주된 동사만 존재합니다. 만약 여러 동작을 표현하고 싶다면, 주된 동사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to를 붙이거나 -ing를 붙이는 등 다른 형태로 ‘변신’시켜야 합니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5. ‘육하원칙 어순 패턴’과 품사의 만남: 제자리를 찾아라!
이제 우리가 가진 두 가지 강력한 도구, 즉 **’육하원칙 어순 패턴’**과 **’4대 핵심 품사’**를 결합해 봅시다. 왜 품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을까요? 바로 우리 패턴의 각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품사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마법 공식을 살펴볼까요?
S (주어) + V (동사) + (Who/누구? + What/무엇?) + [Where/어디에? + Why/왜? + How/어떻게? + When/언제?]
여기서 중요한 점!
- 첫 번째 괄호 (Who + What) 자리: 이 자리는 주로 명사 전용 구역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을’에 해당하는 대상이 오기 때문이죠. 가끔 ‘보어’라는 이름으로 형용사가 오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형용사가 설명하는 명사가 숨어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 “She is happy.” -> She is a happy person.)
- 두 번째 대괄호 [Where + Why + How + When] 자리: 이 자리는 주로 부사 전용 구역입니다. 장소, 이유, 방법, 시간 등은 주로 동사나 문장 전체를 꾸며주는 부사(또는 부사 역할을 하는 어구)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S (주어) | V (동사) | (Who/What) 명사 전용 구역 (때로는 형용사 보어) | [Where/Why/How/When] 부사 전용 구역 |
명사/대명사 | 동사 | 명사/대명사/형용사(보어) | 부사(구/절) |
I | did | the best | |
Tomorrow | is | another day | |
Nobody | puts | Baby | in a corner |
I | came | here / to tell you | |
I | think | about it | tomorrow |
만약 다른 품사가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자리에 꼭 들어가고 싶다면? 그때는 ‘변장’을 해야 합니다! 명사가 부사처럼 쓰이고 싶거나, 동사가 명사 자리에 들어가고 싶을 때 특별한 옷(예: 전치사, to부정사, 동명사 등)을 입는 것이죠. 이런 ‘변장술’이 영어를 때로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늘 우리가 배운 **’주어+동사로 시작해서 육하원칙으로 확장한다’**는 기본 원칙과 **’각 자리에는 정해진 품사가 있다’**는 규칙만 알고 있어도 영어라는 게임의 룰이 훨씬 단순하고 명쾌해질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영어 문장의 비밀 지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다음 장부터는 이 지도를 들고 실제 영화 대사 속으로 뛰어들어, 살아 숨 쉬는 영어를 직접 경험해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