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경쟁력이다.
모든 전쟁은 정석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승리한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손자
영화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2005)>은 2차 십자군 원정 말기의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이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킹덤 오브 헤븐>에 나오는 예루살렘의 거리는 흡사 골드러시를 만난 캘리포니아와도 같다. 자신의 영지와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유입된 유럽의 기사들, 장사를 위해 찾아 든 각 지역의 상인들로 예루살렘은 바쁘고 복잡한 국제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예루살렘이 엉뚱하게 얼마 후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아닌 몽골군에게 침입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십자군 전쟁이 유럽의 동정(東征)이라면 몽고의 유럽침공은 동양의 서정(西征)이라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아 보이지만 동서양의 두 움직임은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십자군은 1096년부터 제1차 원정으로 예루살렘을 점령하지만 약 90년 만인 1187년 아랍의 영웅 살라딘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만다. 바로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시대적 배경이다. 이때 동쪽에서 커다란 움직임이 감지된다. 1220년 초원의 패자가 된 칭기즈칸의 군대가 서정을 시작한 것이다. 몽골의 이 1차 서정으로 오늘날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 걸쳐 번성하던 이슬람의 호레즘 제국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예루살렘은 몽골군에게 있어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십자군에는 이 군대가 중세 유럽에서 유행하던 전설의 기독교 왕국의 군대,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즉 사제왕 요한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유럽인은 자신들이 전설적인 기독교 군대라고 믿었던 몽골군을 자신들의 땅에서 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칭기즈칸의 아들 오고타이가 몽골의 칸으로 즉위하자 제 2 차 서정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1235년 모스크바를 점령한 몽골군은 1241년 폴란드와 헝가리, 루마니아를 공략하고 오스트리아를 지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까지 진출, 유럽의 심장부에까지 다다른다. 몽골군은 유럽의 휩쓸며 단 1패도 없이 러시아, 폴란드, 신성로마제국, 헝가리 군대를 모두 무찔러 버리고 만다. 그러나 몽고의 칸 오고타이의 사망으로 회군하게 된다.
칭기즈칸의 손자 몽케가 몽골의 칸으로 즉위한 후 1253년 남쪽의 루트를 이용해 이번에는 다시 이슬람 지역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1258년 이슬람제국의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키고 1260년에는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점령하였다. 우연하게도 이제는 몽골제국의 칸 뭉케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본대는 돌아가고 남은 몽골군은 계속해서 예루살렘을 지나 카이로로 진군하여 가자 지역에 이른다. 역사학자들 간에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예루살렘 역시 몽골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이집트를 기반으로 한 이슬람 국가인 맘루크 군대에 의해 저지를 당하여 물러나게 된다. 맘루크에 의한 패배와 몽골 내부의 내분으로 몽골의 서정은 이렇게 3차 원정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10만의 몽골군으로 수억을 상대로 해 당시 알려진 모든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칭기즈칸-잠든 유럽을 깨우다>의 저자인 인류학자 잭 웨더포드(Jack Weatherford) 는 칭기즈칸 군대의 성공비결을 ‘위대한 전략’이 아니라 ‘실행’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략의 위대함은 바로 그 실행에 있다. 칭기즈칸의 실행은 신속과 실용을 제일의 원칙으로 한다. 전투에 있어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전쟁이라는 경쟁에서 이익은 ‘이기는 것’이다. 명예나 명분을 위해 정면승부를 고집하지 않고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것도 마다 하지 않았다. 전략이란 결국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전략의 좋고 나쁨은 우선적으로 효과(效果, effectiveness)로 측정한다. 효과적이라고 하면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에 의하여 보람이나 좋은 결과가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즉 효과란 어떤 행위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자신이 목표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무재해 100일이라는 건설현장의 목표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목표가 달성되면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해보자. 실제 90일 동안 무사고 무재해 현장을 유지했다면 90%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고, 특별 보너스라는 동기부여 수단이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몽골의 원정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의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효과성은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함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매출액 10억을 목표로 해서 10억 달성하면 100% 목표달성이나, 매출액 100억을 목표로 했을 때 10억을 달성하면 10% 목표달성인 것이 된다. 따라서 목표를 낮게 잡으면 효과를 높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과하고 효과성은 경쟁초기 단계에 유용한 경쟁력 판단기준이 된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단계에서는 단지 그 과제를 할 수만 있는 것으로도 경쟁력이 된다는 말이다. 이기는 것이 목표인 전투에서는 이기는 것만이 효과의 전부다.
회계장부를 정리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 취직이 되고 또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져 많은 경쟁상대의 방법이 모두 효과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슷한 상대가 많아지면 이제 단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때 필요한 경쟁력 평가 방법이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이다. 효율이란 출력과 입력의 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입력에 비해 출력이 많을수록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출력/ 입력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익/비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효과와 효율을 비유로 설명하면 벽에 붙어있는 파리를 해머로 잡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즉 벽에 붙어있는 파리를 공사장에서 벽을 부술 때 쓰이는 해머로 때려서 잡았다면, 파리를 잡는다는 목표는 100% 달성하였으므로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파리채 정도를 휘두르는 힘만 투입해도 잡을 수 있었던 파리를 더 많은 힘을 쏟아 해머를 휘둘러 잡았으므로 효율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몽골의 서정은 효율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늘 적은 수로 자신보다 더 많은 수의 적을 무찔렀기 때문이다.
지난 경영학은 주로 이 효율성을 강조해 왔다. 대량생산의 시절에는 이 효율성이 중요한 경쟁력의 평가수단이 된다. 생산자동화의 원조로 알려진 포드 자동차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포드는 “소비자들은 마음대로 골라 가져가라! 하지만, 차의 색상은 검정색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드의 초기 모델 T 자동차는 동일 성능의 다른 차량들에 비해 가격이 50 ~ 70% 저렴하게 판매하였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생산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무엇인가 생산하는 시대에는 생산성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효율성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역량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효율성은 주로 전문성과 분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숙련된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고 작업 시스템은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런 효율성의 경쟁은 점차 서로 ‘마른 걸레 쥐어짜기’식 경쟁이 된다.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야 하며, 개인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 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도 거의 한계에 도달해서 획기적인 방법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매우 미미하기만 하다. 다시 말해 남보다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효율성의 포드를 따라잡은 자동차 회사는 제너럴 모터(GM)이다. 제너럴 모터는 캐딜락, 세볼레, 폰티악 등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다양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포드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자동차를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것을 차별화라고 부른다.
차별화가 가져다 주는 보상은 독점이다. 모든 기업가들의 꿈이 나만의 불루오션을 가지는 것이며, 개인들의 희망도 ‘나만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 것이 독점이다. 빌 게이츠는 PC 운영체제를 독점함으로써 오늘의 마이크로 소프트를 만들었다. 독점은 시장의 차별화, 제품의 차별화 그리고 소비자 인식에서의 차별화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몽골군의 놀라운 전투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몽골의 기마병이 가지고 다니는 화살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몽골군의 차별화는 기본적으로 스피드에서 나온다. 칭기즈칸의 군대는 주로 기마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의 말이 서양의 말보다 지구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그런 말에 익숙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일일 최대 행군속도는 200km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속도는 오늘날처럼 길이 좋아진 상태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몽골의 전사는 적게는 네 필 많게는 여덟 필의 말을 끌고 간다. 여기에 전략적 요소로 이동속도, 전투의 진격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것은 소지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은 가볍게 만들었으며 병참기능이 따로 없는 군대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스피드를 갖춘 몽골군은 적들이 미처 대비할 여유를 두지 않고 바람처럼 들이닥쳤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상대가 이틀 후에나 성에 도달 것이라고 예상하면 칭기즈칸은 당일 저녁에 도착해 적을 함락시키곤 했다.
당시의 몽골과 유럽의 군대 모두 기병이 주력이다. 하지만 유럽의 기사들은 백병전을 위해 갑옷으로 무장하고 무거운 창과 장검을 들고 있다. 이 기병이 적진을 돌파한 뒤 보병이 돌격하여 마무리를 하는 식의 전술이 기본이다. 반면 몽골의 군대는 유럽 군과는 달리 모든 병력이 기병이며 기본적으로 모두 활을 휴대한다. 그리고 바로 맞붙는 백병전이 아니라 사냥하듯이 공격하고 유인하고 몰면서 기습으로 섬멸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그들에게 공격이나 수비 모두 갑옷이나 무기가 아니라 스피드였다. 나폴레옹의 신출귀몰한 전술도 결국 그가 가진 군대의 기동성에서 나온다. 나폴레옹은 “나의 군대는 적이 1마일을 행진할 때 2마일을 행진할 수 있다. 나는 한 전투에서 패배할지는 모르지만, 단 1분도 잃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피드를 가진다는 것이 단지 빠르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차별화된 단 하나의 강점으로 인해 더 많은 전략과 전술이 가능해진다. 스피드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상대에게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변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몽골군이 사용하는 전술은 공격 유인 기습이라는 간단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스피드로 인해 그 변화는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었다. 일찍이 손자는 “기습작전을 잘 쓰는 자의 변통은 천지와 같이 무궁하고 강물처럼 마르는 일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음계는 다섯 가지(궁, 상, 각, 치, 우)에 불과하지만 그것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다 들을 수 없고, 원색은 다섯 가지(청, 황, 적, 백, 흑)에 불과하지만 그것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다 볼 수 없는 것이며, 또 맛의 기본은 다섯 가지(감, 함, 신, 산, 고)에 불과하지만 그것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다 맛 볼 수 없는 것이다.”
몽골군은 스피드라는 차별성을 가짐으로써 손자가 이야기하는 정석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전쟁에 있어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스피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별화란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 아닌 것을 하는 것이다. 상대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공격은 이미 차별화된 공격이 아니다. 그래서 <전쟁의 기술>의 저자 로버트는 정해진 패턴이나 예측되는 아이디어를 고집하면 적들의 표적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자는 “한 번 승전을 거둔 방법은 되풀이 하지 않으며, 때와 장소에 따라 응전하는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故其戰勝不復,而應形于無窮”고 가르친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역사를 보면 승리한 쪽은 새로운 기술의 형식 또는 예상하지 못한 방식을 개발한 사회다. 그런 차별화를 우리는 혁신이라고 말하며 혁신은 창의적 사고에 의해 만들어 진다.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논의를 벋어난다. 나는 이 창의력이라는 것이 <3.0CEO를 위한, 명품경영학>에서 분석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또 <지식의 재구성>에서는 창의력을 우리의 뇌가 가지는 네트워크의 특성에서 그 원리를 찾고,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이라는 모듈의 새로운 조합이라는 관점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도 했다.
여기서는 창의적인 사고란 결국 미래를 상상해 보는 일라고 정의해 보기로 하자. 전략이라는 것 자체가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집 앞의 정원에 화초를 심고 꽃씨를 뿌릴 때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봐야 한다. 그런 상상을 통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더 잘 결정할 수 있다. 사람들은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비전을 가진다고 말한다. 비전이란 말 그대로 미래를 상상해 보는 일이다.
로버트 콜리어와 클라우드 M. 브리스톨과 같은 자기계발 분야의 선생들은 모두 성공을 위한 기본을 신념과 같은 믿음에서 찾는다. 하지만 그 신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더 구체화된 미래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 그런 방법을 그들은 ‘형상화’라고 부르며, 형상화라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 보는 일이다.
내가 경쟁에서 이겼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비전이다. 그리고 그 비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전략이다. 좋은 전략은 차별화라는 특징을 가진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