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전쟁이 시작되면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전쟁이다. 1000년경에 시작된 십자군 전쟁 자체가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을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총 8차에 걸쳐 1096년부터 1291년 근 200년간 이어졌다. 십자군 전쟁이라는 것이 이름처럼 순순한 것은 아니다. 교황은 교황권 강화를, 영주들은 영토확장 등 정치적 목적으로, 기사나 장사꾼들은 명예나 재물을 목적으로 전쟁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이 전쟁은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성지 예루살렘을 차지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역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가장 짧은 전쟁이 일어난다. 1967년 초 시리아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어서 이집트군의 주도로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의 아랍 4개 국가가 이스라엘 국경에 집결하였다.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이 반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날 새벽 이스라엘 공군은 공격 3 시간 만에 아랍제국의 비행기 400여대를 폭격하였다. 이스라엘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곳은 아랍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였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시나이 반도를 지나 수에즈운하까지 진주하였다.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이집트의 비행기 286대를 포함한 군장비가 거의 파괴되어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집중 공격이 끝나자 주력부대를 골란고원으로 이동시켜 시리아 와 맞섰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기갑 부대의 도착과 동시에 UN의 정전권고를 수락하였으며 요르단과 이라크 역시 정전에 동의함으로써 이 전쟁은 6일만에 끝이 나고 만다.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1706090001001#c2b
손자병법을 실전으로 보여준 교과서 같은 전쟁이다. 손자병법의 작전 편에 나오는 속전속결의 원칙에 허실편에 나오는 집중공격의 전술로 승부를 지었다. 손자는 허실편에서 “적의 진형은 드러나게 하고 아군의 진형은 안보이게 한다. 아군의 역량은 전부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적병은 분산시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가 앞에서 논의한 란체스터의 법칙이 주는 교훈 또한 마찬가지다. 강한 적과 정면으로 승부하지 말고 적을 분산시킨 후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그것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는 유호성이 여러 명과 상대할 때 “난 무조건 한 놈만 팬다”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격을 할 때도 한 곳 특히 약한 곳이나 중요한 곳에 집중해야 상대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적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상대방의 손실은 바로 나의 이익이다. 그래서 학자들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차별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잘하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화와 집중화는 하나의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도 자신의 영역으로 차별화하고 그 곳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즉 차별화와 집중화는 물리에서 전기와 자기가 늘 함께 하듯이 함께 한다.
차별화는 경쟁자와 다른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유일무이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이다. 경영컨설턴트인 리처드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전문화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시공간에서 최고의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나의 생산성 비율이 최고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집중해야 한다.
경쟁이란 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사람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충분히 신경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한눈을 팔지 않고” 집중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전략이란 유일하고 가치있는” 위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전략은 우리의 포지션을 정하는 것이다. 포지셔닝을 하되, 유일하고 가치 있는 자리여야 한다. 전략의 핵심은 남들과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 자리가 쉽게 모방하기 힘든, 지속 가능한 자리여야 한다.
어떻게 그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차별화는 포기함으로써 나타나며 경쟁에서의 전략은 포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다. 즉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직 트레이드오프를 통해서만 차별화된 위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오래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누구나 모든 것을 다 잘 하고 싶어한다. 그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다가는 나의 모든 자원을 낭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의 자원도 생각까지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기를 누구나 바란다. 자동차 회사의 경우 고급자동차, 레저용 자동차, 스포츠 카에서도 모두 일등이기 쉽다. 하지만 점차 경쟁이 심해지면서 누군가 한 분야에 집중할 것이고 그 곳에서 경쟁우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의 핵심역량은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경쟁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미국에 소형차 영역을 최초로 소개한 폭스바겐은 자체 생산 비틀을 미국에 도입하여 미국의 수입 자동차 시장의 67%를 장악했던 대단히 성공적인 자동차였다. 큰 성공을 거둔 폭스바겐은 자기들도 GM처럼 보다 크고, 보다 빠르고, 보다 스포티한 자동차를 팔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독일에서 생산되고 있던 모든 모델을 미국으로 실어 보냈다.

그러나 소형차 시장은 계속 확장되어 갔고 내구성이 강하고 경제적인 폭스바겐을 살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은 도요타, 혼다, 닛산을 찾게 되었다. 한때 67%에 이르던 폭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은 4% 이하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처럼 경쟁전략을 구상할 때 먼저,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유혹에서 벋어나야 한다.
일상의 시간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는 매우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말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진다. 그 중에 몇 가지 항목만 포기하면 우리는 더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티븐 코비는 주도적인 사람을 ‘자신의 노력을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영향을 줄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너무 흥분하고 떠들어 되거나, 때로는 그럴 의지나 생각도 없으면서 관심이 많은 척 하는 것도 시간 낭비에 속한다. 피상적이거나 과시성의 관심사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생산적이고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니 젤린스키Ernie Zeljnski의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 가운데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퍼센트는 사소한 사건들, 그리고 4퍼센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일 뿐이다. 역으로 96퍼센트의 걱정거리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말대라면 우리는 96%를 포기할 수 있고, 포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생각을 효율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모든 것을 잘 할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우리들의 어머니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다면 모두 좋아할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운동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냉정한 판단력까지 갖추고 있어 혼자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게 될까?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을 잘하면 인기가 있을 것 같지만, 그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면 누구라도 회의를 가지게 된다. 누구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마저 느끼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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