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는 인디언과의 전투 경험이 풍부했던 미국의 식민지 주민들이 총잡이 부대를 결성하여 고도로 변칙적인 전술로 영국의 정규군을 공격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의 주인공 멜 깁슨은 ‘늪 속의 여우’라는 별칭을 가지며 게릴라 전의 진수를 보여준다.

The Patriot: more flag-waving rot with Mel Gibson | Period and historical films | The Guardian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까워지면 다시 고대에 나오는 밀집대형으로 서로 마주보고 전진하는 전투장면으로 돌아간다. 로마시대를 그린 영화 <글레디에이터> 첫 장면이나 13세기 스코틀랜드 영웅 윌리엄의 투쟁을 그린 <브레이브 하트>의 전투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전투에는 전술은 온데간데 없고 서서 총에 맞아 죽어 나가는 불쌍한 병사들의 무모함과 전쟁이 주는 살상의 혐오감만 가득하다. 이런 전투는 장군들이 벌이는 게임이고 병사는 체스나 장기판에서 떨어져 나가는 말에 불과하다. 물론 당시 소총의 유효거리가 짧고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하여 사격하기 위한 대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화력이 강해지면서 이런 형태의 전투는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공격보다는 수비하는 쪽이 점차 더 유리해지면서 참호를 파고 서로 대치하는 전투가 주를 이룬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와 같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참호다. 참호를 파고 참호에서 대화하고 참호를 공격하는 장면들 말이다. 참호전은 길고도 지루한 전투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구축된 참호진지는 총 연장이 1000Km 에 달하였으며, 단 1m를 더 전진하기 위해 평균 5000여 명의 희생자를 냈다고 한다. 기관총이 발사되는 참호를 향해 무작정 돌격하는 병사들을 보면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닌 듯하다.
이때 나타난 것이 탱크라는 병기다. 영국의 풀러 장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참전하면서 적진 돌파작전이 전쟁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에게 1916년 탱크라는 무기를 소개받고 탱크가 적진 돌파에 매우 유용한 수단임을 확신하게 된다. 1916년 12월 영국에 탱크부대가 최초로 창설됐을 때 이 부대에 참여하게 되고, 1917년 독일전선을 뚫고 들어가 캠브라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독일에도 탱크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이 있었다. 세계 2차 세계 대전 초 독일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구데리안 장군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탱크의 위력을 실감하고,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기 전에 많은 준비를 거쳐 독일에 탱크부대를 창설한다. 1939년까지 구데리안(Heinz Wilhelm Guderian)은 5개의 판저 탱크사단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 해 히틀러로부터 폴란드 침공을 선도하라는 명령을 받자 그의 탱크부대를 이끌고 4일 만에 폴란드의 주력 방위선을 돌파했다. 그는 경쟁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

경쟁력을 가장 많이 부르짖는 학문은 경영학이다. 하지만 경쟁이 경영학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무엇이든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에는 경쟁보다는 생산성과 같은 내부의 관리문제가 더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어느 기업도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경쟁의 문제는 전략적인 것이 되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복식 부기만 배우면 취직할 수 있었고 학위만 있으면 대학의 교수도 따 놓은 당상(堂上)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무한경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해 졌다. 이제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경쟁력인가? 그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무형의 자원이며 능력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쟁력은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물체가 가진 경쟁력은 자연이 선택하듯이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이 선택한다. 그래서 자연선택설에 대비되는 시장선택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시장이란 경쟁이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을 의미한다. 그런 시장이 수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경쟁력 역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만나는 현실은 복잡계라고 부르는 세상이다. 수많은 구성원이 존재하고 있으며 상호작용하며 변하는 세계다. 이런 세상에서 경쟁은 전략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전략이란 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상대의 움직임을 고려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때 품질이 경쟁력이던 시대도 있었다. 그런 경쟁에서 일본 기업들이 승리했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욱 뛰어난 제품을 아주 낮은 불량률로 생산해 내기만 하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은 미국의 원천 기술 기반으로 응용 제품을 먼저 출시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였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학습효과를 누렸다. 하나 둘 씩 일본처럼 뛰어난 효율성을 갖추게 되었다는 말이다. 모두 다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연구하고 그 방법을 모방했다. 많은 회사들이 더 효율적이 되었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포터는 그것을 경쟁적 수렴(competitive convergence)”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경쟁적 수렴이 계속되면서 1990년대 들어 잘나가던 많은 일본기업들이 어려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모방하여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보다 조금 우월한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 날 기업에 있어 핵심역량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적 조건이 되고 있다. 경영학에서 핵심역량이란 단순히 그 기업이 잘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는 능력이다. 프라할라드(C.K. Prahalad)와 게리 하멜(Gary Hamel)은 핵심역량이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차별화된 것이고, 확장력이 있어야 하며, 복사가 불가능한 것이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핵심역량인지 아닌지 감별하려면 위의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핵심역량을 찾아보자. 제너럴 일렉트릭(GE)은 극도로 다각화된 사업 분야를 관리해 오면서 그 관리능력을 자신의 핵심역량으로 만들었다. 반면에 P&G는 수많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능력이 있다. 코카콜라는 자사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핵심역량이다. 그 밖에 월트 디즈니는 고객 서비스가,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x)와 월마트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이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혼다는 엔진관련 기술, 도요타는 생산의 효율성, 소니는 소형화 기술, 캐논은 정밀기계기술과 광학기술이라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핵심역량을 발견하고, 이것을 전사적 차원에서 이용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핵심역량에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 등을 연계시켜 성장을 계속해 나간다. 오늘날 기업에 있어 경쟁력이란 바로 이런 핵심역량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핵심역량이란 다름 아닌 차별화이다. 물론 그냥 차별화가 아닌 시장이 원하는 차별화이다.
경영학의 관전에서 보면 차별화라는 고객의 관점에서 경쟁사와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다. 포터는 이를 ‘전략적 포지션’이라고 부른다. 전략도 결국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나만의 독특한 경영 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핵심역량에 집중하라:
오늘날의 경쟁은 이처럼 모든 분야가 아니라 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요구한다. 승리자가 되려면 어떤 면에서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과정이지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절대우위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경영학이 강조하는 경쟁우위가 있으면 된다.
숲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 간에 경쟁이라면 무엇보다 힘이 세야 생존에 필수인 옹달샘을 차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에는 다양한 옹달샘이 있으며, 필요하다면 나만의 옹달샘을 새로 팔 수도 있는 것이다. 단 마실 수 있는 물이라야 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샘이라야 한다는 말이다.
불루오션이라는 말은 경쟁이 없는 시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시장에 고객이 없다면 그 블루오션은 그야말로 식인상어와 헤엄쳐야 하는 죽음의 불루오션이 되고 말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토너먼트가 존재하고 불루오션 시장이 만들어 진다는 말은 그 곳에 경쟁상대가 다르고 경쟁의 방법이 다름을 시사한다.
사실은 같은 토너먼트에서도 모든 능력이 우월해야 경쟁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골프는 드라이버, 아이언 샷, 숏 게임, 퍼팅 등 기본적으로 네 가지 능력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몇 년간 PGA 를 석권해온 타이거 우즈라고 해서 위의 네 분야에서 절대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전 분야에 상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퍼팅부문에서는 2006년 37위에 머문 적이 있다. 테니스는 서비스, 스트로크, 발리와 같은 기술로 이루어 졌다. 클레이 코트의 황제라고 불리는 테니스 선수 나달은 발리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프랑스 오픈의 챔피언십을 네 번이나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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